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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하반기 채용 기상도, 맑음 또는 흐림

  •  김준철 기자
  •  
  •  승인 2023.09.20 11:39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하반기 채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대기업 채용문이 좁아진 가운데 취업 준비생 사이 단비로 떠오르는 곳으로 금융권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업권별 채용 계획이 크게 갈리고 있어 구직자들은 채용 기상도에 주목하는 형국이다.

채용 전망이 가장 맑은 곳으론 증권사가 꼽힌다. 취준생들의 눈길도 증권사로 쏠리는 모양새다. 본래 높은 연봉과 잘 갖춰진 복지 제도 등으로 취준생 선호도가 높은 곳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하반기 신규 인력 공개 채용에 나서고 있다.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우려와 올 상반기 감소된 채용 규모 탓에 하반기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신규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구직자들이 금융권 채용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구직자들이 금융권 채용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특히 디지털 전환(DX)과 토큰증권 발행(STO) 사업을 위해 IT 부문에 채용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증권사에 닥친 문제로 업황 부진 탈출과 신사업 진출 발판을 놓기 위한 차원에서 신규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또 리테일 부문 충원도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로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사업 난항이 지속되고 있는데, 리테일 부문에서 채용을 늘려 투자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수익 개선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대부분 증권사가 IT와 디지털, 리테일 부문 인원을 충원해 증권업 디지털화, 리테일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18일까지 3급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채용 분야는 IB, IT, 경영 지원, 디지털, 리서치, 리테일 영업, 세일즈·트레이딩, 해외주식·파생 운영, 홀세일 등이고 모집인원은 00명이다. 삼성증권 측은 “특정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채용 분야에 IT, 디지털, 리테일 영업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업계에선 삼성증권이 해당 분야 중요성을 느끼고, 신규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KB증권과 하나증권도 지난달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 바 있다. 상반기 20~30명 키움금융센터 정규직 직원 채용을 마친 키움증권과 40여명을 채용한 NH투자증권은 각각 오는 24일과 다음달 신규 채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CEO가 직접 나서는 곳도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사원 일반 공채를 위해 대학 채용 설명회에 나섰고,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21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리는 채용 설명회에서 강연한다. 그만큼 증권사들이 필요 분야에 있어 채용문을 활짝 여는 것은 본격적으로 신사업 진출에 나서고 내실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도 특화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우리·하나)은 디지털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힘쓰는 중이다. 은행권의 DX는 필수이자 기본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디지털·ICT 분야에 별도 할당 인원을 두고 채용하며 IT 인력 비중도 점차 늘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IT 인력 중 자체 인력 비중은 2017년 47.7%에서 2021년 55.3%로 상승했다. 직무별 인력 비중은 영업·마케팅 분야가 2013년 68.8%에서 지난해 56.6%로 줄었고, IT를 포함한 경영 관리 인력 비중은 같은 기간 16.3%에서 19.8%로 늘었다.

하지만 증권사에 비해 4대 시중은행엔 구름이 낀 상황이다. 바로 채용 인원 자체가 올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4대 시중은행 중 채용 공고가 나지 않은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에서 신규 채용하기로 한 인원은 700명 정도다.

시중은행의 좁은 채용문은 금융당국 압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당국이 금융권에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면서 은행들이 지난 상반기 상생 금융 압박에 채용 인원을 많이 늘려 놨다. 실제 하나은행은 일반적으로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는데 250여명을 채용했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00여명을 더 뽑았다. 상반기 인력을 필요 이상으로 충원해 하반기 신규 충원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향후 은행권 전반의 채용 축소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비대면 금융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 점포 수가 줄고 있다. 당장 있는 직원도 줄이기 위해 은행권은 최근 희망퇴직을 늘리는 중이다.

일각에선 2018년 불거진 은행권 대규모 채용 비리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처음 공론화한 것으로 주요 은행에서 신입사원을 부정하게 뽑은 채용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은행업 환경 변화와 동시에 채용 절차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 함께 진행되며 신입 행원을 채용하는 규모가 줄었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능력 검정이 어려워진 신입 행원을 대거 채용하기보다 이미 경험 있는 소수의 인력을 뽑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저축은행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하반기 신입 공채에 빗장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입직원 47명, 경력직원 50명을 포함해 총 97명을 채용한 OK저축은행은 연말 인력 채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진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SBI저축은행도 마찬가지로 다음달 20~30명 규모 대졸 공개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공채 기준 최대 40명까지 뽑은 것과 비교했을 땐 작은 규모다. 꾸준히 인력 채용 확대에 나섰던 이외 저축은행들도 인력 충원을 보류하거나 축소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인력 채용 축소는 올 상반기 1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내 인건비 등 운영비와 사업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결과라고 평가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953억원에 달한다.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전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곳도 있고, 기존 인력을 채워 넣는 땜빵식 대처만 이뤄지는 수준이라 취준생들이 좁은 문을 뚫어내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구직자들이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직자들이 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업황이 좋지 않다”면서 “기업 대부분이 수익이 나고 상황이 좋아야 인력에 투자할 수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으니 채용도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이 시작되면서 금융권의 신입 충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취준생들도 채용 계획을 예의 주시하며 나름의 성공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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