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77
인터넷은행 3사는 MZ가 만든다…“인턴 아이디어라도 상품으로”[이코노 인터뷰]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3사 MZ 사원 인터뷰
“상품 출시 전 타부서와 개선점 등 공유”
“기존 은행에선 상품 관련 소통 거의 불가능해”
자율 소통 위한 ‘선넘기’ ‘챌린지’ 및 ‘한 달 안식휴가’ 문화 정착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과연 될까?”
과점의 이익을 향유해온 기존 은행들은 5년 전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보며 이렇게 회의적 생각을 먼저 가졌다. 자금조달, 연체율 관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특히 많았다. 영업지점이 없는 완전 비대면은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는 디지털금융 확산을 주도하며 빠른 성장을 보여줬고 시중은행들은 대면 영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택담보대출 비대면 상품도 인터넷은행이 먼저 내놨다. 은행들은 내심 ‘우린 왜 못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은행이 비대면을 우선한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신상품 출시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의 ‘기분통장’, 카카오뱅크의 ‘최애적금’, 토스뱅크의 ‘먼저이자받기 예금’ 등은 시중은행에서도 만들 수 있었지만, 인터넷은행이 선점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은행들은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기존 은행의 상품 출시는 한 부서에서 만들어져 일방적으로 지점에 뿌려진다. 전 직원의 아이디어가 모일 틈이 없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고객의 필요와 재미를 알기 위해 서로 다른 부서의 의견을 공유하고, 인턴의 아이디어라도 과감히 채택한다. 이런 방식이 억지가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개방적 문화로 시작했다. MZ세대가 은행을 만들도록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넷은행 3사의 MZ세대 직원을 만났다. 현주경 케이뱅크 매니저(30)는 예적금 상품을 만드는 마케팅본부에서, 이효연 카카오뱅크 매니저(32)는 인재를 영입하는 인사·컬쳐(Culture)팀에서 일한다. 이상민 토스뱅크 매니저(28)는 개인여신스쿼드에서 대출 상품과 관련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신상품 출시 전부터 다른 부서 의견 충분히 반영”
Q. 어떤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현주경(케이뱅크) : 예적금 관련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수신과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운영되고 있는 상품들에 대한 금리 등의 관리도 담당한다.
이효연(카카오뱅크) : 인사팀의 컬처 팀에서 인재 영입 업무를 하고 있다. 인재 영입 업무도 다양한데 그 중에서 채용 브랜딩과 채용 규정, 예산, 시스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상민(토스뱅크) : 여신 상품과 시스템 개발을 함께 하고 있다. 고객이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은행은 상품 신청부터 약관 동의 심사 그리고 전자서명, 사후 관리를 하게 되는데 이런 점을 관련 부서 직원이 모두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Q.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기업 문화로 소개할 점이 있다면?
현주경 : 케이뱅크에 오기 전에 지방은행 디지털 부서에서 일했는데, 와서 보니 기존 은행과 정말 많이 달랐다. 내가 여기 와서 만든 수신상품이 ‘기분통장’이다. 사용자들이 행복할 때마다 그걸 기록한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예금 금액을 정할 때 매일 기분에 따라 감정 ‘이모지’를 선택하고, 메시지를 일기장처럼 적어 나중에 볼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은행은 상품을 만들어서 지점에 내려보내는 구조라면, 케이뱅크는 담당자 뿐만 아니라 개발자나 UI·UX(사용자 환경·경험)팀이 수시로 모여 상품의 개선점, 문제점을 공유한다. 과거에 있던 은행에서는 이런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효연 : 원래 IT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를 하고 싶었고, 관련된 분야에서 인턴도 했다. 그때 만난 지인이 카카오뱅크로 이직을 한 후 이곳을 추천해서 입사하게 됐다. 당시도 경영지원 인턴으로 시작했다. 은행에 들어온 지 7년이 됐는데 입사 초기부터 동료들의 주도성이 높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카카오뱅크에는 ‘아이디어뱅크’와 ‘선넘기’라는 게시판이 있다.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도 아이디어를 내놓고 담당자들이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지 공유한다. 은행 앱을 쓰다가 필요한 부분이 생각나면 편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재밌는 사례도 있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계좌번호 앞자리는 ‘친구’라는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7979’, 최애통장은 귀엽다는 표현을 착안해 ‘5959’로 시작한다. ‘그래도 은행인데 좀 진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고려해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고, 고객의 호응도 굉장히 좋다는 의견을 듣고 있다.
이상민 : 토스뱅크에는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예를 들어 매주 팀 미팅을 1시간 동안 진행하는데, 직원들이 이 미팅을 온라인상에서 보면서 같이 의견을 나누는 ‘챌린지’를 할 수 있다. 담당자도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의미있게 받아들여 개선점을 찾아내곤 한다.
토스뱅크에서 일하면서 씨티은행에서 옮겨타는 고객을 위한 대환대출 시스템과 ‘매달 내는 돈 낮추기’ 시스템 등 여러가지 시스템을 만들었다.(토스뱅크는 ‘매달 내는 돈 낮추기’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평균 약 34만원의 월 원리금 부담을 낮췄다고 전했다) 이때도 ‘챌린지’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를 많이 들었다.
현주경 : 케이뱅크에서는 실무 업무를 위한 경력직도 필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인터넷은행만을 위한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 2년 째 큰 규모로 인턴을 채용하고 있다. 이런 분들은 열정이 넘치다 보니 다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고 있다. 그 중에서 실제 출시 예정에 들어간 상품들도 있다.
Q. 3년 마다 한 달씩 쉬는 휴가제도가 있다고 들었다. 소개하고 싶은 복지가 있다면?
이효연 : 3년을 근무하면 한 달을 쉬는 안식휴가가 나온다. 그 동안 카카오뱅크를 다니면서 안식휴가를 두 번 갔다왔다. 최근 안식휴가를 간 직원 중에는 스페인과 터키를 여행한 사람도 있다. 3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나면 조금 긴장이 떨어질 수가 있는데 그 때마다 휴가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휴가비도 받을 수 있다.
이상민 : 토스뱅크도 3년에 1개월씩 안식휴가를 갔다올 수 있다. 서버 엔지니어로 일하는 한 동료는 최근 안나푸르나를 2주 정도 갔다왔다. 본인의 업무를 자동화해놓고 갔는데 그러다보니 편안하게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본인의 몸 상태나 심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직원들 사이에 신뢰가 많이 쌓여 있어서 이런 긴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현주경 : 케이뱅크에서는 기본 연차 외에도 자기개발휴가가 매년 3일 씩 나온다. 그리고 동호회 제도가 있다. 다른 기업에 다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케이뱅크의 동호회 제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볼링, 복싱 등 스포츠만 아니라 맛집 탐방 등 다양하다. 아무래도 경력직으로 이직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동기라는 개념이 없어 서로 간에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동호회를 통해 자유롭고 편안한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커피 마시러 가도 아이디어 발굴 시간으로 인정해줘”
Q.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직원 이름 뒤에 ‘님’을 붙이고, 카카오뱅크는 ‘영어이름’을 부른다. 수평적 문화를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잘 도입된 것 같나?
현주경 : 상호의 신뢰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다른 직장에서는 업무 중에 커피를 마시러 가면 업무의 연장으로 보지 않고 논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케이뱅크에서는 그 시간도 재미있는 포인트를 발굴하는 시간으로 이해해주고 믿어준다. 이런 서로 간의 존중이 잘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효연 : 문화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카카오뱅크 구성원 모두가 느끼고 있다. 회사가 커질수록 이런 문화가 흐려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인터넷은행만의 문화를 통해 사업적 성공도 많이 이뤄왔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문화가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민 : 토스뱅크는 수평적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채용한 것 같다. 그리고 회사에서 먼저 직원에게 자율성과 자원을 제공하면서,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인재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무자들이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구성원들이 느낀다면 지속해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일에 더 몰입하게 될 것이다. 토스뱅크에 와서 좋았던 점도 이런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